그린 너머,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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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2

첫 티오프의 실수

2026. 10. 14. · 7,460자 · 공백 포함

2화. 첫 티오프의 실수

다음 날 첫 티오프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코스가 아니라 종이였다.

나린 차이야는 숙소 복도 끝 프린터에서 나온 근무표를 다시 펼쳤다. 이름 옆에 찍힌 작은 글자, ‘주의 관찰 대상’. 잉크가 번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 실수로 남긴 표시도 아니었다. 같은 줄에 있던 다른 캐디들의 이름에는 그런 표시가 없었다.

그녀는 휴대전화로 근무표를 찍으려다가 손을 멈췄다. 사진을 남기는 것과 몰래 자료를 가져가는 것은 다를 수 있었다. 대신 수첩에 날짜와 시간을 적고, 종이의 위치와 표시를 그대로 옮겨 썼다.

‘첫 근무 다음 날. 이름 오류 수정 전. 주의 관찰 대상 표시 확인.’

말리는 세면대 앞에서 머리를 묶다가 나린의 수첩을 보았다.

“또 기록해?”

“미숙 매니저가 남기라고 했어요.”

“잘했어. 그런데 기록한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아니야.”

“적어도 내가 본 걸 내가 잊지는 않으니까요.”

말리는 잠시 거울을 바라봤다.

“오늘은 회원 전담팀이 바쁘대. 너도 7번 홀부터 들어갈 수 있어.”

“어제 박 팀장님은 외국인 팀은 뒤에서 대기한다고 했는데요.”

“배정표가 바뀌었어. 회장 아들이 직접 확인했다더라.”

나린은 종이를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윤도하가 어제 배정표를 보며 물었던 말이 떠올랐다. 외국인들이라고 묶어 놓은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러나 질문을 한 사람이 실제로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클럽하우스 앞은 이른 시간부터 소란스러웠다. 회원용 차량이 줄지어 들어왔고, 직원들은 이름과 티오프 시간을 확인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산 너머에서 올라온 안개가 페어웨이 쪽으로 낮게 깔렸다. 비가 오지는 않았지만 전날의 습기가 잔디에 남아 있었다.

강미숙 매니저는 나린에게 새 이름표를 건넸다.

“NARIN CHAIA. 이번에는 확인했어요.”

나린은 이름표를 받아 유니폼에 달았다.

“고맙습니다.”

“오늘 7번 홀 팀에 배정됐어요. 회원 두 분과 동반 손님 한 분입니다. 코스 설명은 짧고 정확하게, 안전 문제는 반드시 말해 주세요.”

“평가 기준은요?”

“고객 만족도, 코스 리딩, 안전 준수, 근무 기록입니다. 어제보다 항목이 조금 구체적으로 바뀌었어요.”

나린은 평가표를 받아 보았다. 어제 계약서에서 비어 있던 칸들이 일부 채워져 있었다. 누가 바꿨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멀리서 박상철 팀장이 미숙을 불렀다.

“미숙 씨, 평가표는 운영팀에서 통일해서 쓰기로 했잖아요.”

“통일하려고 항목을 확인한 겁니다.”

“현장마다 달라지면 나중에 분쟁 납니다.”

“그래서 기준을 적은 겁니다.”

박 팀장은 나린을 한 번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 짧은 시선에 ‘어제부터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긴 것 같았다.

7번 홀의 첫 고객은 마흔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회원증에는 한도윤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고, 함께 온 두 사람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불렀다. 한도윤은 나린의 이름표를 보자마자 웃었다.

“이름이 길어서 외우기 어렵네. 그냥 나리라고 부르면 되지?”

나린은 카트에 골프백을 싣다가 손을 멈췄다.

“나린입니다. 편하게 나린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래, 그래. 나리.”

그는 대수롭지 않게 티잉 그라운드 쪽으로 걸어갔다. 나린은 말리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첫날에는 다 고치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면 그냥 고개를 돌리게 된다는 말.

“오늘 7번 홀은 페어웨이 오른쪽이 낮습니다. 티샷은 중앙보다 왼쪽을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오전에는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도윤은 연습 스윙을 하며 대답했다.

“나는 이 코스만 십 년째야. 그런 건 내가 더 잘 알아.”

“네. 그래도 오늘은 바람 방향이 어제와 달라서…”

“캐디가 회원에게 코스를 가르치면 안 된다고 하지 않았나?”

동반자 중 한 명이 웃었다. 나린은 입술을 다물었다. 그녀는 말을 줄였지만, 깃발 옆 나뭇잎이 흔들리는 방향은 계속 확인했다.

한도윤의 티샷은 힘 있게 날아갔다. 공은 처음에는 중앙으로 향했지만, 능선을 넘어가며 오른쪽으로 밀렸다. 나린이 예상한 방향이었다. 공은 페어웨이 가장자리의 낮은 풀밭에 멈췄다.

“봐. 내가 말한 대로 중앙으로 쳤잖아.”

한도윤이 말했다.

나린은 공이 멈춘 위치를 가리켰다.

“다음 샷은 여기서 바로 그린을 보시면 나무에 걸릴 수 있습니다. 왼쪽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또 왼쪽이야?”

“안전한 선택입니다.”

“아까부터 계속 안전, 안전. 골프를 겁내서 하느라 여기까지 온 게 아니야.”

나린은 한 발 물러났다. 코스 리딩은 선택지를 안내하는 일이었다. 공을 어디로 칠지는 회원의 몫이었다. 다만 위험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은 캐디의 일이 아니었다.

“최종 선택은 회원님이 하십니다. 저는 현재 보이는 위험을 안내드리는 겁니다.”

한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말투가 참 딱딱하네. 한국에서 일하려면 손님 기분도 배워야지.”

나린은 대답 대신 공의 위치를 스코어카드에 표시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 빠르게 다가왔다. 서준호였다. 그는 회원 전담 캐디답게 한도윤과 친숙하게 인사했다.

“회장님, 오늘 컨디션 좋으십니다. 저쪽으로 공략하시죠.”

“준호야, 이 캐디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고 해.”

서준호는 나린을 바라봤다가 곧바로 웃었다.

“아, 처음이라 긴장했을 겁니다. 외국인 캐디들은 한국 회원 응대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

나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렸다. 처음이라는 말도, 외국인이라는 말도 사실이었지만, 두 단어를 붙이는 순간 그녀의 실력 전체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저는 코스 상황을 설명한 겁니다.”

“그렇죠. 그런데 회원님은 편하게 라운드하고 싶으신 거니까요.”

서준호는 나린에게 작게 말했다.

“그냥 오늘은 회원님 말씀에 맞춰 줘요.”

나린은 그의 눈에서 불안을 읽었다. 서준호는 박 팀장의 평가표를 두려워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두 번째 샷에서 한도윤은 나린이 말한 반대 방향으로 공을 보냈다. 공은 나무 아래에 떨어졌다. 한도윤은 클럽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샷을 하겠다고 했다.

“그쪽은 나뭇가지가 낮습니다. 맞고 튈 수 있어요.”

“이번에도 안 된다고 할 건가?”

“가능하면 옆으로 빼서 다음 샷을 준비하는 게 낫습니다.”

“나는 이 거리에서 칠 수 있어.”

한도윤은 스윙했다. 공은 나뭇가지를 맞고 옆으로 튀어 카트 도로 근처에 떨어졌다. 다행히 사람은 없었지만, 공이 튄 방향에 따라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나린은 즉시 카트의 위치를 옮기고 동반자들에게 잠시 멈춰 달라고 말했다.

“지금은 공보다 사람을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한도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이 정도로 호들갑을 떨어?”

“안전 확인은 호들갑이 아닙니다.”

나린은 도로와 나무 아래를 살폈다. 공이 튄 흔적과 바닥의 돌을 확인하고, 다음 팀이 접근하지 않는지 손을 들어 신호했다. 그 사이 강한 바람이 한 번 불어 나뭇가지가 크게 흔들렸다.

서준호가 낮게 말했다.

“나린 씨, 회원님 기분을 생각해야죠.”

“저는 지금 회원님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평가가…”

“평가보다 먼저 지켜야 하는 게 있잖아요.”

서준호는 더 말하지 못했다.

라운드는 예정 시간보다 늦어졌다. 한도윤은 그때부터 나린에게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대신 서준호에게만 다음 홀의 공략을 물었다. 나린은 뒤에서 카트의 속도와 경사를 확인하고, 필요한 순간에만 짧게 안내했다.

9번 홀에 들어서자 한도윤의 동반자가 나린에게 물었다.

“태국에서는 이런 산악 코스가 많아요?”

“치앙마이 근처에도 경사가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건기와 우기에 따라 잔디 속도가 달라서 매일 확인해야 해요.”

“그래서 바람을 잘 보는구나.”

“코스는 매일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도윤은 그 대화를 듣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가자 그는 전보다 강하게 공을 쳤다. 공은 왼쪽으로 크게 휘어 깊은 러프에 떨어졌다.

나린은 공을 찾기 위해 먼저 앞쪽을 살폈다. 러프는 무릎 아래까지 자라 있었고, 젖은 잎이 바지에 붙었다. 그녀는 풀 사이에서 공의 흔적을 찾은 뒤 손을 들었다.

“찾았습니다. 다만 발을 디딜 곳이 미끄럽습니다. 스윙보다 탈출을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한도윤은 이번에는 바로 화내지 않았다. 잠시 공과 그린 사이를 보았다.

“어느 쪽으로 빼면 되지?”

나린은 놀라지 않은 척 지형을 가리켰다.

“오른쪽으로 낮게 보내면 다음 샷이 열립니다. 무리해서 그린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한도윤은 그녀가 말한 방향으로 공을 빼냈다. 공은 페어웨이 가장자리에 멈췄다. 동반자가 박수를 쳤고, 한도윤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잘 보네.”

칭찬인지 평가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나린은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문제는 마지막 홀에서 터졌다. 한도윤은 앞선 홀에서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겠다며 티오프 간격을 무시하고 빠르게 진행하려 했다. 앞 팀이 아직 그린을 정리하지 않았는데도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섰다.

“잠시 기다려 주세요. 앞 팀이 아직 사정거리 안에 있습니다.”

“다들 기다리는데 왜 우리만 못 쳐?”

“공이 앞 팀에 닿을 수 있습니다.”

“나는 거리를 알아.”

한도윤은 드라이버를 들었다. 나린은 티 앞에 서지 않고, 카트와 앞 팀 사이를 확인했다. 안전 규정에 따르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스윙을 막았다.

“회원님, 지금은 치시면 안 됩니다.”

“당신 때문에 오늘 라운드가 엉망이야.”

한도윤의 목소리가 커졌다. 멀리 있던 직원들이 고개를 돌렸다.

“처음부터 내 말을 안 듣고, 외국인이면서 너무 나선다고.”

그 말이 잔디 위에 떨어졌다. 나린은 가슴이 먼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말에 반응하면, 상대가 원하는 장면이 될 수 있었다. 그녀는 수첩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또렷하게 말했다.

“출신과 관계없이 같은 안전 기준이 적용됩니다. 지금 공을 치면 앞 팀을 위험하게 할 수 있습니다.”

한도윤은 드라이버를 내려놓았다.

“박 팀장! 이 캐디 교체해!”

박상철이 급히 달려왔다. 그는 한도윤에게 먼저 허리를 숙였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직 현장 경험이 부족해서…”

“부족한 건 경험이 아니라 태도야.”

박 팀장은 나린을 바라봤다.

“나린 씨, 회원님께 사과하세요.”

“안전 안내를 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 말대꾸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사실을 설명하는 겁니다.”

박 팀장의 얼굴이 굳었다. 그때 윤도하가 홀 옆 관리도로에서 걸어왔다. 그는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손에는 현장 점검표가 들려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한도윤이 먼저 소리쳤다.

“이사님, 이 캐디가 회원 말을 무시하고 라운드를 망쳤습니다. 외국인이라 그런지 기본이 안 돼 있어요.”

도하는 나린을 보았다. 나린은 그가 대신 말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앞 팀이 사정거리 안에 있어서 대기를 요청했습니다. 회원님이 스윙하려 했고, 저는 안전 규정에 따라 중지시켰습니다. 앞 홀에서도 공이 나뭇가지에 맞아 도로 근처로 튄 상황이 있었습니다.”

도하는 관리도로 옆의 경고 표지판을 확인했다. ‘앞 팀이 홀을 벗어난 후 티샷’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나린 씨의 안내가 맞습니다.”

한도윤은 코웃음을 쳤다.

“이사님이 직원 편을 드는 겁니까?”

“편을 드는 게 아니라 규정을 확인하는 겁니다.”

“이 골프장 회원이 누군지 알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히 안내해야 합니다.”

짧은 침묵이 흘렀다. 박 팀장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도하는 한도윤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라운드가 지연된 점은 리조트 운영 책임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다만 안전 기준을 어긴 직원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정식으로 의견을 접수해 주십시오.”

나린은 도하를 바라봤다. 어제와 달리 그는 그녀 대신 결론을 말하지 않았다. 규정과 절차를 먼저 꺼냈다. 그러나 그 말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알 수 없었다.

라운드가 끝난 뒤 박 팀장은 나린을 사무실로 불렀다.

“오늘 회원 컴플레인이 접수됐습니다.”

“제가 안전 안내를 한 기록도 남겨 주세요.”

“기록은 운영팀에서 판단합니다.”

“평가표에 사실대로 적겠습니다.”

“이사님이 한 번 도와줬다고 착각하지 마세요. 매번 그분이 옆에 있는 건 아닙니다.”

박 팀장은 평가표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고객 만족도 칸에는 이미 낮은 점수가 표시돼 있었다. 코스 리딩과 안전 준수 칸은 비어 있었다.

“이건 누가 작성했습니까?”

“회원 의견을 반영한 겁니다.”

“안전 준수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는데요.”

“현장은 감정으로 움직입니다. 숫자만 들이밀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아요.”

나린은 평가표를 사진으로 찍지 않고, 종이에 항목과 점수를 그대로 옮겨 적었다. 미숙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박 팀장님, 평가표는 제가 회수하겠습니다.”

“이미 작성했습니다.”

“작성자와 작성 시각이 없네요.”

박 팀장은 미숙을 노려보았다.

“운영팀장이 작성한 겁니다.”

“그럼 서명해 주세요.”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박 팀장은 잠시 펜을 들었다가, 결국 평가표 아래에 이름과 날짜를 적었다.

미숙은 나린에게 말했다.

“오늘 현장 기록도 작성하세요. 앞 팀 대기 시간, 안전 안내, 회원 발언, 직원 대응을 시간 순서대로.”

“알겠습니다.”

사무실을 나온 나린은 복도 창문 앞에 섰다. 해가 기울면서 9번 홀의 그림자가 길어지고 있었다. 골프공은 작은 흰 점처럼 잔디 위에 놓여 있었다. 같은 공도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길이 달라졌다.

도하가 옆에 섰다.

“오늘은 제가 대신 사과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사과해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나린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사과는 운영팀장님이 아니라, 기준이 바뀔 때 의미가 있어요.”

“그 말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아까는 고마웠습니다.”

도하는 고개를 들었다.

“고맙다고 하실 줄 몰랐습니다.”

“당신이 제 편을 들어서가 아닙니다. 규정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 차이가 큽니까?”

“아주 큽니다.”

나린은 수첩을 펼쳤다. 오늘의 기록 마지막 줄에 문장을 적었다.

‘첫 티오프의 실수는 공을 잘못 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체면이 안전보다 앞설 수 있다고 믿은 일이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장 끝에 한 줄을 더 보탰다.

‘그리고 누군가는 그 믿음에 멈추라고 말해야 한다.’

복도 끝 프린터가 다시 작동했다. 내일의 배정표가 출력되는 소리가 들렸다. 나린은 서둘러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종이에 어떤 이름이 적혀 있는지, 누구의 기준으로 평가되는지 직접 확인할 생각이었다.

도하는 그녀보다 먼저 프린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나 나린은 손을 들어 그를 멈췄다.

“이번에는 제가 확인할게요.”

도하는 멈춰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린은 종이를 뽑아 들었다. 이름은 정확했다. 하지만 7번 홀 옆에 또 다른 표시가 있었다.

‘회원 민원 주의.’

나린은 종이를 반으로 접지 않았다. 그대로 수첩 사이에 끼웠다. 내일은 코스가 아니라 기록과 먼저 티오프해야 했다.

· · ·

다음 이야기가 펼쳐질 때,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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